그들은 굶주린 자들을 연회장 한가운데에 데려왔다.

아니, 먼저 그 전에 선량한 보통 사람들을 이유없이 잡아다가 가두어 놓고 일이 주간 굶겨서 뼈만 남겼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제 데려다가 눈 앞에 산더미같이 쌓인 삶은 국수를 놓아 주고는, 그걸 다 먹지 못하면 쏘아 죽이겠다고 했다.

굶주린 이들의 눈에 일견 희망의 빛이 반짝이는 듯해 보였다. 저걸 다 먹어치우는 일은 문제도 아니라고, 이젠 드디어 배고픔도 면하고 다시 집으로 갈 수도 있게 됐다고 확신하는 표정들이었다.

높으신 자의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국수에 달려들었다. 손으로 허겁지겁 맨국수를 움켜서는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연회장의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연회의 유희는 대성공이었다.

굶주린 자들 또한 행복해 보였다. 그 표정은 고작 몇 분을 채우지 못했다. 허기를 면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아니 애초에 그 많은 국수를 다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먹는 속도는 확연히 느려지고, 얼굴에는 당황스런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금까지그토록 원했었고 이제서야 지금 막 지고의 만족을 맛보여 준 바로 그 음식에 의해 그들은 죽어갈 지경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배가 터져 죽느냐, 총에 맞아 죽느냐를 선택하느라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그들은 서서히 멈춰져 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참석한 사람들은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처음부터 가장 의욕적으로 그리고 열성적으로 먹기 시작했던 한 사람이 결국 위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먹은 것을 전부 게워올리기 시작했다. 그걸 옆에서 보고 들은 다른 굶주린 이들도, 이번엔 역겨움에 자극되어 줄줄이 토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자는 하나도 없었다.

연회는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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