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

She was crying for an hour. Maybe hormone, some assholes or depression. Didn’t matter. It was Christmas Eve and everyone was in the happiest mood. She was ready to confess her emotional disaster, however her thoughtfulness stopped her ruining the world’s holy peace.

She has a good friend who told her to say anything she wants, at any time. Maybe this is the perfect time for both of them to use the chance.

That could have been her last cry for help. She never wanted to let her family know her crisis. She knows very well that too much knowing doesn’t help always.

She wanted to feel connected for the last time. She started to text, then realized that the second floor she’s staying in has no WiFi.

She didn’t want to wake her family up by having a call downstairs.

Tunnel of Light

The old lady was blind. She said she had picked The child when he was a baby. “I hired you coz he still needs some care. But don’t worry. He doesn’t need a lot. “

The child, three or four years old, was pale, never to open his mouth, but everything she said he understood and obeyed. In fact, there was little for the child to do. Eat, sleep and grow quickly was all the old woman wants.

Like a fish in a vacuum, the child hovered quietly in a small room. Only the piano being played every night was his voice. The sound of it, without any piano score, was as quiet as he was.

The house was old but wonderful. The three-story house, which was built out of logs. One had to pass through a tunnel-shaped whole glass passage for a long time to go outside. It was a place in the deep mountains, so it was scary at night, but in the daytime it felt like walking through the light. But the child has never been there. He’s been staying in his room all this time – the old lady never let him go because it’s dangerous.

A year passed. Little has changed. Her work, her awkawrd  relationship with the old woman, the boy’s behavior and even his appearance…

Suddenly, she wondered when the child’s birthday was.

“He had too many birthdays. I can’t remember because there are so many.”

The old woman’s memory seemed to be darkening with her eyes. Sometimes with rationality.

The child was playing the piano in the room as usual. She sat side by side on the child’s chair with an old piano lesson book for beginners she had found in that house.

“Hey, there’s a gift I want to give you…

Actually, this book may be way easy for you, but… First of all, I’ll show you how to read it, while playing.

Shall we try? Well…

‘Happy Birthday…’”

The child stared at her.

“Yes, it’s a birthday song.

What is birthday? The day you were born. You know what I mean, right?

I’ll keep trying.

‘Happy Birthday’…”

The child looked somewhat nervous.

She kept talking carefully.

“It’s a blessing to be born.

Everyone in the world listens to this song on their birthday.

That day… It’s only a gift for them.

I don’t think you’ve ever received it yet.”

Suddenly,

The child buried his face in his small hands and began to weep. The crouched shoulders wriggled violently.

It’s the first time in a year that she hears his voice. But it sounded too miserable to be a child’s voice.

Without knowing what to do, she just looked down on him.

The child, who stopped crying after a long time, looked up.

An open sheet of music. The instant the child seemed to understand how to move the symbols in front of him to reality.

The child raised his hands and began to play the next verse. It was a baroque interpretation with colorful chords of that simple, monotonous melodies .

She sang again to that.

“Happy birthday, dear…”

The fermata of original score was brought back to life in a brilliant and technical contrapuntal manner, with grand tremolo.

The sound turned into a sheet music and poured out before her eyes. Oh, that’s… The procession of notes facing me is like a long passage, yeah… It’s like that path of light. The child is running through it.

The echo that resounded in silence finally stopped and the child opened his mouth for the first in forever.

Oh, that’s… It was the voice of a boy who had already passed puberty.

“Happy Birthday…to ME…”

The child’s tears had dried up. In that short time, the boy’s look got very different.

The moment he realized it, the child kicked up his chair.

She just stood eye-following the fearless, barefoot running towards the glass passage.

Soon the light swallowed the child’s figure, and she could no longer look, covering her face.

Yes.

You know the way.

Keep running. Don’t stop.

하룻밤

우선 고기를 소금에 절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너무도 허기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오였다. 이미 열여덟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는 엉망이 된 부엌 한구석으로 들어가 버너를 찾아냈다. 물도 가스도 전기도 나오지 않는 지금, 부탄가스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피를 뺄 겨를도 없이 우선 팔뚝살들을 잘라 팬에 구웠다. 지방이 녹고 살코기가 구워지며 식욕을 동하게 하는 냄새를 풍겼다. 이왕 먹는 것이니 잘 구워야 하리라. 그는 젓가락을 들고 팬 가득히 늘어놓은 고깃점들을 열심히 뒤집으며, 한편으로는 익은 살점들을 집어 후후 불어가며 요동치는 뱃속을 차츰 가라앉혔다.

한 시간도 안 되어 그는 배가 불렀고 만족스러웠다. 이젠 미지근할 뿐인 냉장고 속에서 남아 있는 물을 꺼내 한 컵 마셨다. 아직 마실 것은 좀 남아 있다. 생수 한 병 반, 맥주 한 캔. 그러나 내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었다. 엊저녁 바람이나 쐴 겸 가게에 들러서 뭘 좀 사 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지금은 이미 늦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TV를 틀었을 때 전원은 켜지지 않았고, 일상적인 모든 공급들이 갑자기 멈춰서 버린 것을 감지한 그 순간 동네 사람들도 때를 같이하여 이 심상찮은 사태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정말 전쟁이 난 것일까? 그래, 요즘 매일같이 그런 소식이 들려 왔잖아. 에너지가 끊기면 틀림없이 전쟁이 발발한 증거로 봐야 한다고들 했었다. 하지만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이 산동네에서 무슨 수로 확인을 한다? 공격은 곧 여기에도 미치겠지만 아무도 대책을 세워 놓지 않았다. 어쩌지? 어쩌지? 다들 술렁거렸다. 우선은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깊은 굴을 파고 숨어 있는 게 그나마 상책이지 않을까? 가만히 손 놓고 앉아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어…!

마을의 유일한 구멍가게 주인인 할머니는, 아침부터 동네 사람들이 들이닥쳐 물건을 마구 가져가는 데 놀라 깨었다가 혼잡통 속에 알 수 없이 죽고 말았다. 친근하던 애엄마들과 아저씨, 어린애들까지도 몰려와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쑤셔넣었다. 이 가게가 생긴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재고 없는 완전매출이었다. 오쭈기 진라면, 서주 아이스쮸, 맛기차콘, 빼빼로, 좋은느낌 생리대, 보해소주, 로케트 밧데리, 비비안스타킹 등등.

그러나 그는 타이밍을 놓쳐 집안에 아무 먹을 것도 들여놓지 못했다. 사실 공황상태에 빠진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돼지가 있는 집은 돼지를 잡았고, 사람이 있는 집은…사람을 잡았다.

그는 이웃들이 혹 자기도 공격할까 두려워 문을 걸어잠그고 세간들을 한곳에 몰아 엄폐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격용 도구로 쓰려고 뒤뜰에 나가 돌도 몇 자루 주워 왔다. 그러나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웃이 아니라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적군들이다. 이미 이웃들은 식량 비축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있으니, 결국 살아남는 소수만이 고기를 챙겨 가지고 산 속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나도 그 소수가 될 테다. 그런데 식량은 어떻게 구해야 하나? 그 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나야, 문 열어 줘, 너무 무서워…여자친구. 부드럽고 섬세한 속살. 그는 커다란 돌 하나를 안고 문을 열었다. 두려움이 반가움으로, 곧 의아함으로, 이어 다시 공포로 순식간에 바뀌어 드러나는 그 눈빛을 보며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머리를 내리쳐 거꾸러뜨렸다. 뒤뜰의 도끼를 가져와 일말의 안도감과 기쁨으로 관절마다 내리쳐 토막을 냈다. 목, 어깨, 팔, 허리, 다리. 그는 이마의 땀을 씻으며 의자에 몸을 맡겼고, 식탁에 엎드려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비축식량으로 만든 첫 번째 식사를 했다. 그리고 부엌 아무데나 소변을 갈긴 뒤 벌써 어두컴컴해진 방으로 들어가 쓰러지듯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햇살에 반쯤 잠이 깬 그는 늘 그렇듯이 손을 뻗어 TV를 켰고, 언제나처럼 뉴스가 나왔다.

운전 교습

3일째, 그의 목소리는 해당 구간을 지날 때마다 해당 멘트를 반복하는 기계음 같았다. 정확히 계산된 목소리의 톤, 속도, 억양, 발음, 비문이나 망설임도 흐트러짐도 없는 문장 구성, 최상급의 경어체까지 언제나 한결같다. 로봇처럼 굳어진 시선과 표정에 그나마 인간의 느낌을 부여하는 것은 미간의 주름뿐이었으나, 이마저도 감정이나 안면근육의 움직임과는 이미 상관없는 요소인 듯했다.

여자는 최대한 등을 곧게 펴고 어깨에서 힘을 빼려고 노력했으나, 핸들을 잡은 두 손은 경직되어 거대한 차체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는 안전벨트 대신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한 채, 나머지 손으로 핸들 윗부분을 잡고 묵묵히 앞을 보고 있었다. 여자가 꽉 잡은 핸들은 번번이 그의 주의깊고 조용한 조작에 끌려가고 밀려왔다. 더불어 민감한 기계의 주행 방향도, 그에 따라 여자의 중심축도. 극도로 단순하고 정적이지만 스스로는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움직임이었기에, 무엇보다도 시종일관 자신의 몸짓에 남자의 모든 주의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여자는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긴장 상태와 운동 에너지의 흐름을, 함께 잡은 핸들을 통해 감지하고 주고받는 모양새로 나란히 앉아서 달리는 중이었다.

교차로에 진입하려던 중 여자는 페달 조작이 아직 서툰 데다 점점 긴장이 되어, 시동을 연속해서 두 번이나 꺼뜨렸다. 그는 당황도 재촉도 없이, 3일 동안 구사해 온 그 모든 문장들과 다름없는 톤으로

“어서 시동을 켜십시오.”

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에도 똑같이.

무사히 상황을 벗어나 다시 어제와 같은, 그제와 같은 신호등과 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을 지나면서 그는 어제처럼, 그제처럼 똑같은 구간에서 똑같은 요구를 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먼저 밟아서 속도를 줄이십시오. 클러치를 끝까지 밟으십시오. 브레이크 페달을 같이 밟습니다. 정지하시고 기어를 중립에 놓으십시오. 다시 기어를 2단에 넣으시고 클러치를 서서히 떼시면서 출발하십시오.

코스를 지나는 동안 이런 상황은 지겹게도 반복되었고, 그럼에도 아직 여자의 몸은 익숙하게 맞추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애를 쓰며 발로 페달을 더듬던 여자는 문득 뭔가를 감지했다. 지시사항이 나오기 0.5초 전에 이미 페달들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다. 말끔한 구둣발이 옆자리에서 브레이크 페달과 클러치를, 말보다 빠르게 무의식 혹은 자동적으로 어쩌면 규칙적으로 또는 본능적으로 밟고 있었다.

멍하니 보던 여자는 다시 페달에 발을 얹었다. 이번에도 지시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페달이 저절로 쑤욱 하고 들어갔다. 말끔한 구두를 벗어던진 발이 여자의 것을 누르는 것마냥, 그 힘의 강도와 속도, 방향은 마치 체온까지 얹은 듯 여자에게 전달되었다.

C코스의 끝이었다. 차는 작은 공원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잠시 차를 세워놓고 시동을 끄자마자 여자는 익숙한 기억이 어제처럼 그제처럼 온 몸을 덮치려는 걸 느꼈다. 억지로 여자는 그것을 떨쳐냈다.

“이제 D코스 시작입니다. 출발하십시오.”

어서 공원을 나와 큰길로 접어들고 싶다. 빨리 달려가고 싶다. 순간, 그동안 유지했던 최소한의 평정심이 무너지고 짧은 운행지식마저 모조리 쏟아져 뒤섞이는 것을 느꼈다. 얼빠진 듯이 핸들을 꺾으면서 기어를 철컥거렸다. 갑자기 차체가 미끄러지면서 심하게 기우뚱했다. 순간 그가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왜소한 키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이 따스하고 두툼한 손이 날선 팔목뼈에 와 닿았다. 남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짧지만 충분했다. 그래 나는 저 눈빛이 뭔지 알 것 같아. 그건 어떻게든 좆이나 쑤셔박으려 달려드는 남자새끼들의 것과는 다르지. 이 손아귀의 의미도 나는 알아. 이건 날 잡아채 눕히겠다는 뜻이 아니지.

아 이젠 정말 지겨워. 언제나 똑같았지. 이 놈이고 저 놈이고, 그 짓밖엔 할 줄 모르는 병신들이었지. 그래 이제 됐어. 빌어먹을 몸뚱아리가 전부인 관계 같은 건. 이걸로 됐어.

평소의 얼굴로 돌아간 그가 평소처럼 말했다.

“커브길에서는 변속을 하시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어제처럼, 그제처럼 변함없는 톤으로 여자도 대답했다.

그 새는 큰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새들은 앙증맞은 몸과 날개로 아무 힘들이지 않고 날 때에도 그는 힘들여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펄럭이며 집 안에 먼지만 일으킬 뿐이었다.

새는 새임에도 불구하고 바보같이 날 수 없는 제 날개가 너무도 부끄러워 차라리 잘라내고만 싶었다. 커다랗고 육중한 몸뚱이에 모든 게 네 탓이라며 맘껏 욕설을 쏟아붓고도 싶었다. 아무도 이런 자신을 못 보도록 어두운 굴 속으로 들어가 평생 숨죽이면 그나마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자신은 잘못 태어난 괴물 같은 실패작인 모양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그저 빨리 죽고 싶을 뿐이었다.

 

새는 자기가 이 아늑하고 화목한 곳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에 그는 집을 떠났다. 그 무엇도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보다는 무섭고 숨막히지 않을 것이었기에.

처음으로 그는 지붕과 벽으로 제한되지 않은 광활한 공간을 만났다. 찬 바람과 어둠의 감각은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우호적인 느낌 또한 처음으로 맛보게 해 주었다.

마음 속의 왠지 모를 방향을 따라 그는 우스꽝스러움도 상관없이 뒤뚱거리고 펄럭이며 그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자신이 날기 위해선 단지 더 넓은 땅과 높은 하늘이 필요할 뿐이었음을.

유희

그들은 굶주린 자들을 연회장 한가운데에 데려왔다.

아니, 먼저 그 전에 선량한 보통 사람들을 이유없이 잡아다가 가두어 놓고 일이 주간 굶겨서 뼈만 남겼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제 데려다가 눈 앞에 산더미같이 쌓인 삶은 국수를 놓아 주고는, 그걸 다 먹지 못하면 쏘아 죽이겠다고 했다.

굶주린 이들의 눈에 일견 희망의 빛이 반짝이는 듯해 보였다. 저걸 다 먹어치우는 일은 문제도 아니라고, 이젠 드디어 배고픔도 면하고 다시 집으로 갈 수도 있게 됐다고 확신하는 표정들이었다.

높으신 자의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국수에 달려들었다. 손으로 허겁지겁 맨국수를 움켜서는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연회장의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연회의 유희는 대성공이었다.

굶주린 자들 또한 행복해 보였다. 그 표정은 고작 몇 분을 채우지 못했다. 허기를 면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아니 애초에 그 많은 국수를 다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먹는 속도는 확연히 느려지고, 얼굴에는 당황스런 기색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금까지그토록 원했었고 이제서야 지금 막 지고의 만족을 맛보여 준 바로 그 음식에 의해 그들은 죽어갈 지경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배가 터져 죽느냐, 총에 맞아 죽느냐를 선택하느라 혼란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그들은 서서히 멈춰져 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참석한 사람들은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처음부터 가장 의욕적으로 그리고 열성적으로 먹기 시작했던 한 사람이 결국 위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먹은 것을 전부 게워올리기 시작했다. 그걸 옆에서 보고 들은 다른 굶주린 이들도, 이번엔 역겨움에 자극되어 줄줄이 토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자는 하나도 없었다.

연회는 대성공이었다.

Breathe

There are so many rooms
But she only lived in HEAD
In spite of many things in there,
It was a safe place

She lived without talking
even without breathing
She was just busy to listen
To all the thoughts

One day she got to breathe
Just
Breathe

Suddenly all the thoughts stopped
And disappeared

She saw there is only herself
From the first

She came out of the head
And ran into her belly
Where there are all the rooms
That began to open

From there came out
All the emotions

That came alive
With her own breaths,
And started to speak
In her own voices

그는 숨쉬는 법을 몰랐다. 오로지 소리내지 않고 살아가는 법만을 익혔을 뿐이었다.

소리내 울어 본 적도 없었다. 누군가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는 방법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 그는 아무것도 삼키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일찌감치 그를 포기했다. 겨울에 태어난 그를 이불에 말아 윗목에 밀어 두고 죽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살아남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렸고 좁은 집 안에서 그는 그것을 눈앞에서 보아야 했다. 그는 어렸고 겁에 질렸으며 어떠한 의사표현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처럼 맞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밤이면 그는 베개가 축축이 젖도록 눈물을 흘렸으나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는 늘 배가 고팠으며 늘 소화가 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그의 뱃속에서는 신트림이 올라왔고 그의 손위 여자 형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에게 면박을 주었다. 그는 숨쉬는 것이 면구스러웠다.

 

그의 어머니는 때론 안쓰러워하고 때론 타박하면서도 그에게 잘 해 주었다.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는 일이 종종 있을지언정 그의 앞에는 늘 끼니와 간식이 떨어지지 않고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복 손위 누이는 음식을 허락 없이 먹었다는 이유로 그의 앞에서 두들겨맞고, 무릎을 꿇고 몇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중에 자살했다.

그는 먹는다는 행위가 죄스러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입에 들어가는 물과 음식들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최소한으로 먹고 마시며, 최소한으로 배출하며, 그렇게 지구에서 최소한의 영역을 사용하며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는 것을 그는 조용히 선택했다.

 

탈수 때문에 그의 숨에서는 나쁜 냄새가 났고 그는 더욱더 숨죽여 살게 되었다.

 

빛의 터널

노파는 눈이 멀었다. 아이는 갓난아기일 때 주워 왔다고 했다. 아직은 손길이 필요할 나이라 사람을 부르는 거지만 그다지 신경 쓸 건 많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서너 살 정도의 그 아이는 창백했고, 입을 여는 법이 없었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모두 이해했고 복종했다. 사실 아이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먹고 자고 얼른얼른 자라라, 라는 것이 노파가 바라는 전부였다.

진공 속의 물고기처럼 아이는 좁은 방 속에서 조용히 맴돌았다. 오로지 매일 밤 들리는 피아노 연주만이 그의 소리였다. 악보도 없이 하는 연주 역시 그처럼 조용했다.

 

집은 오래되었지만 근사했다. 통나무로 짜서 올린 거대한 3층집, 외부로 나갈 때는 통유리로 된 터널 모양의 통로를 한참 동안 지나가야 했다. 깊은 산 속이라 밤에는 무섭지만 낮에는 마치 빛 속을 걸어가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까지 아이가 가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줄곧 자기 방에서만 지냈다고, 위험하니 절대로 가지 못하게 했다고.

 

어느덧 아이와 함께 지낸 지 1년이 되어 갔다.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그녀의 일과도, 노파와의 서먹한 관계도, 아이의 행동과 외모도…

문득, 그녀는 아이의 생일이 언제인지 궁금해졌다.

“그 애는 생일이 너무 많이 지났어. 너무 많아서 기억이 안 나.”

노파의 기억은 이미 눈과 함께 어두워져 가고 있는 듯 보였다. 때로는 이성과 함께.

 

아이는 언제나처럼 방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 찾아낸 초급 피아노 교본을 들고서, 아이의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얘야, 선생님이 주고 싶은 선물이 있는데…

사실 이 악보는 너에겐 쉬운 거지만.. 일단은 선생님이 치면서 할게.

해볼까? 자…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 이건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야.

생일이 뭐냐면… 태어난 날. 알지?

계속 해 볼게.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그녀는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태어난다는 건 기쁜 일이잖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생일이면 이 노래를 듣는단다.

그 날은…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한 선물이 되는 거지.

너는 아직 한 번도 못 받은 것 같아서…”

 

갑자기,

아이가 얼굴을 작은 두 손에 묻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웅크린 어깨가 난폭하게 꿈틀거렸다.

1년 만에 처음 듣는 목소리. 그러나 너무 처절해 아이 같지 않은 울음소리였다.

어찌할 줄 모르고 그녀는 가만히 움츠린 채 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 울음을 그친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펼쳐진 악보. 순간 아이는 눈앞의 기호들을 어떻게 현실로 옮겨오는지 이해한 것 같았다.

아이가 두 손을 올리고 다음 소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멜로디에 화려한 화음을 입힌 바로크 식 해석이었다.

그녀도 다시 노래했다.

“사랑하는 너의…”

 

원곡의 페르마타 부분이 한없이 현란하고 기교적인 대위법으로 되살아나 웅장하게 달려갔다.

그 소리가 악보로 변해 그녀의 눈앞에 쏟아졌다. 아, 저건… 저 마주보는 음표들의 행렬은 마치 기다란 통로, 그래… 바로 저 빛의 통로와 같은 모양이야. 아이가 그 속을 달려가고 있어.

 

고요함 속에 낭랑하게 울리는 몇 초간의 트레몰로가 멈추고 처음으로 아이가 입을 열었다.

아아, 그것은… 이미 사춘기를 지난 소년의 음성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의 눈물은 이미 말랐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어느 새 아이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그걸 깨달았다 싶은 순간, 아이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만치, 유리 통로를 향해 겁 없이 맨발로 질주해 멀어져 가고 있는 그 뒷모습을 그녀는 그저 눈으로 좇으며 서 있었다.

이윽고 빛이 아이의 형체를 삼켰고, 그녀는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 얼굴을 가렸다.

 

그래,

너는 길을 알아.

계속 달려가렴. 멈추지 말고.

 

 

 

 

A Driving Lesson

Day 3. His voice was somewhat like robot’s. Same comment at the same section. Correct sentences. Polite expressions. Accurate tone, speed, accent and pronunciation. The only humane thing was some worry lines. Not related to his emotions though.

She tried to straighten the back and relax the shoulders. Still her hands felt so stiff that the car wobbled. He kept eyes forward. A hand supported himself instead of seat belt and the other on steering wheel. She hold it on tight. Still all the time he controlled it. And the direction of the huge machine. And her central axis too. Extremely simple and still moves. So effortless. While concentrating on her moves. She was embarrassed. Thay have been driving side by side feeling and exchanging each other’s tension, flow of kinetic energy for an hour.

She got so clumsier. The car stalled twice in a row entering the intersection.

“Start the car, please.” In the same tone of the past three days. No confusion, no urging. Once again.

Later came the same traffic lights, same crossroads and speed bumps. As yesterday, and the day before yesterday. The same instructions as yesterday, the day before yesterday. Reduce the speed working a brake pedal first. Step on the clutch. Brake at the same time. Stop and put the gears in neutral. Shift into second gear. Start removing clutch slowly.

Repetition. And repetition. Still not used to it. Fumbling for pedals she noticed. They are moving already. Before all that instructions. Neat dress shoes stepping by her side. On brake pedal and clutch, ahead of words. Unconsciously, automatically, regularly and instinctively maybe.

She looked at it vacantly. Put a foot on pedal. It went down by itself. She could guess the strength, speed and direction of his barefoot, even the temperature.

Course C ended. The car entered a small park’s parking lot. As soon as she turned off starting, she recalled something. Vivid like yesterday. She shook it off.

“This is course D. Start please.”

I got to get out of here. To the main street. Running so fast. Suddenly she lost a peace of mind. Became blank. Turned steering rattling gear. The car slipped and swayed heavily. He grasped her wrist.

Warm and thick hand of a small man. Agitation in his eyes. But different from  the raper’s in the park. A moment short and enough. Enough.

“Don’t change speed on curved road.” Same tone as always.

“Yes, sir.” Same tone as always.